[여행이야기] 러시아는 위험한 나라인가?
러시아는 위험한 나라인가?
그렇지 않다. 적어도 내가 가본 나라들 중에서는 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나라였다. 나는 러시아 극동 연해주(Primorsky)부터 서쪽 끝 상트 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burg)까지 여행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들의 도움뿐만 아니라 그들이 베푸는 것들에 가끔은 '여기서 이런 호사를 다 누리는구나'라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물론 나는 러시아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 게다가 대도시가 아닌 지역은 영어를 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럼에도 내가 러시아를 가장 정이 넘치는 나라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여행 중 많은 러시아인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지내보기도 했으며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지인들과 러시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를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량의 핵무기 보유국가이면서 장기집권하고 있는 지도자가 있고 주변 국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 사실이다. 그러나 그 것만 보고 모든 러시아인들을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나 지도자들의 문제는 언제나 복잡하다. 그리고 외국인들 중에는 오히려 한국을 러시아보다 더 위험한 국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한국인들이 위험한 존재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같은 의미에서 러시아의 정치적 모습이 모든 러시아인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외부에서 보는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나라이지만 왠지 모르게 자유롭지 못하고 갑갑한 분위기를 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행중에 만난 유럽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나는 러시아를 직접 여행하면서 톨스토이의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순수하고 친절한 사람들의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 헤메는 내게 먼저 다가와 내 목적지까지 먼 길을 함께 걸어 안내해주고 손을 흔들며 떠나는 행인과 식당에서 키릴 문자를 읽지못해 당황하는 내게 먼저 다가와 주문을 도와주는 학생, 추위에 떨면서 어렵게 찾은 여관에 들어가면 따뜻한 차를 먼저 내어주는 아주머니에게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행을 이어나가면서 여러번 그들의 집에 초대를 받아 생각지도 못한 대접을 받기도 했고, 여행 중 곤란한 상황에 처할때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날이 갈수록 러시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여행이 끝날때 쯤에는 지금껏 여행지를 떠나면서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던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정말 모든 계획을 바꿔서라도 조금이라도 더 그 곳에 있고 싶을 정도였다.
어딜가든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다. 러시아라고 해서 나쁜 사람이 더 많은 것은 아니며 오히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지금 러시아 여행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주저없이 꼭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