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트랙타고 시카고에서 LA까지 (United States)


미대륙횡단열차 암트랙 미국을 횡단하는 여행을 계획하면서 첫 번째로 생각 했던 것이 렌트카였다. 인터넷 렌트카 업체를 잘 찾아보면 미 동부에서 렌트해서 서부에서 반납도 가능한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여행 스타일에 가장 잘 맞아 떨어지고 원하는 곳 어디든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그 뿐만 아니라 미국은 기름값도 저렴하니 과연 최고의 선택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국으로 가는 날이 가까워질수록 대륙횡단 열차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열차여행도 뭔가 낭만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기름값이 아무리 싸도 렌트카보다는 대중교통인 열차가 더 저렴할테고 하루종일 운전할 필요도 없을테고 자동차보다 더 빠르게 횡단할수도 있고. 그러다가 결국 일부 구간을 암트랙(Amtrak)으로 선택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내가 이번에 결정한 암트랙 루트는 시카고 - 로스앤젤레스 구간이다. 관광은 동부와 서부에서 집중적으로 하고 중부는 건너 뛰는 코스로 장시간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열차를 타기 전에 마트에 들러서 3일간 먹을 간식거리를 가방이 터질 정도로 채워 넣고 그것으로도 모자랄 듯하여 맥도날드에서도 햄버거와 간식을 한번 더 넉넉하게 준비했다. 아마 내가 그때 구매한 햄버거만 5개정도는 된듯하다. 열차 여행 첫 날은 맥도날드 햄버거로 삼시세끼를 해결했다. 그게 제일 만만했고 입에도 잘 맞았으니까.

시카고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암트랙 열차 여행 - 2층 열차 안에서 찍은 풍경

아무튼 그렇게 나는 2박 3일동안 열차안에서 지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비하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닌데 내게는 마치 20박 30일처럼 느껴졌다. 그도 그럴것이 침대칸이 아닌 가장 저렴한 일반 좌석을 이용했었기 때문이다. 미대륙횡단 열차여행 전에 인터넷으로 미리 정보를 찾아봤을 때는 미국인들은 덩치가 크므로 일반 좌석도 넓고 편하다는 글들을 봤는데 딱히 그런것 같지도 않더라. 나는 평범한 한국인 체격을 하고 있지만 나보다 마르고 나보다 작은 미국인도 많았고, 암트랙 좌석도 무궁화호 수준으로 결코 한국보다 넓다는 말은 못하겠다. 그래도 여행 출발 직전까지만 해도 몸은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창밖으로 거대한 미국을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있었다. 그러나 열차안에서 실제로 본 미국 풍경마저 서부영화에서나 볼 법한 누렇고 황량한 땅 뿐이었다. 게다가 전화기는 통신이 안된다. 뉴욕에서 직접 미국 심카드를 구매해서 꼽았는데 큰 도시에서만 3G가 잡히고 작은 마을을 지날 때에는 2G.. 그 작은 마을 마저 안보이는 곳을 지날 때는 통신 단절이다. 이 거대한 땅 구석구석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즐긴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그래도 엄청나게 발전해 있을 것 같았던 미국도 시골은 어쩔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됐든 다음번에 또 이런 장거리 기차 여행을 한다면(또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꼭 침대열차를 선택하고 잠이나 푹 자야겠다. 여튼 그렇게 기차안에서 열심히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며 그동안의 수천장의 여행사진을 다 훑어보고 전화기에 담아둔 전자책도 3권이나 읽었고 동시에 옆자리에 앉은 미국인들과 어설픈 영어로 대화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2박 3일동안 내 옆자리 승객은 여러번 바뀌었는데 다들 내가 LA까지 간다고 하니 놀라는 눈치였다. 아마도 시카고에서 LA를 스트레이트로 가는 사람은 이 열차 안에 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밤이 오면 불편한 자리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했고 최대한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바랐다. 정말 미칠정도로 갑갑하고 지루하기도 했지만 중간역에 정차할때 담배 피울 사람은 나가서 피고오라는 흑형의 경쾌한 안내방송 덕분에 겨우겨우 바깥 공기를 한번씩 마실 수 있었다. 

암트랙 열차는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고 작은 식당도 마련되어 있어서 간단하게 식사도 할 수 있다. 장거리 승객을 위해 담요와 베개등 편의품이 들어 있는 패신저 킷(?)도 판매하고 있으며 가격도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저렴한 편이었다. 개인마다 누구와 어떻게 여행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암트랙에 대한 의견은 다르겠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미대륙을 열차로 여행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분명 큰 매력이 있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나처럼 장거리를 한 번에 이동하지 말고 중간 중간에 내리는 여행 코스를 계획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1박이상 여행을 열차 여행을 해야겠다면 꼭 침대 열차를 이용하길 바란다.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나 시기를 잘 맞추면 평소보다 저렴하게 티켓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다. 여행이란 어떤 면에선 그 자체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꼭 철저히 준비해서 불편함을 이겨낼 수 있는 즐거움을 만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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